프리퀄, 뿌리에서 뽑아낸 따끈한 이야기

기사입력 2011.09.3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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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 vs 딤섬. 최근 지상파 방송의 요리 대결 프로에서 다뤄진 음식이다. 출연진은 순대와 딤섬을 맛보고 어떤 음식이 나은지 선택하면 된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팀은 요리사가 마련한 또 다른 밥상의 주인공이 된다. 그런데 음식을 보면 ‘토종’이라는 말 대신 ‘시래기로 새롭게 맛을 낸 순댓국’과 ‘전통에 기반을 둔 현대적인 딤섬’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전래동화나 설화를 모티브 삼아 현대적인 소설과 연극, 영화로 풀어내듯 원래의 속성을 갖고 있되 현대적으로 진화하는 것은 음식뿐만이 아닌 문화 아이템에도 적용된다. 마치 혹성탈출 시리즈가 올해 여름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으로 거듭난 것과 엑스맨 시리즈가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로 탄생한 것처럼 말이다.

프리퀄(Prequel)은 속편을 의미하는 시퀄(Sepuel)의 반대말이다. 즉 현재 이야기의 시초를 구성해 새롭게 작품화하는 것을 말한다. ‘누가 과거의 이야기를 좋아할까’ 싶지만 의외로 프리퀄 작품은 꽤 많다.

<인디아나 존스:마궁의 사원>(1984), <카지노 로얄>(2006), <스타트렉:더 비기닝>(2009), <배트맨 비긴즈>(2005) 등 프리퀄은 시리즈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관객은 다양한 프리퀄로 인해 ‘진화’와는 다른 ‘기원’의 재미를 느끼는 중이다. 시초가 주는 이야기의 참신함이 대중 스스로도 몰랐던 새로운 소구점을 제시한 셈이다.

물론 각 작품마다 관객들의 반응은 달랐다. <스타워즈>나 <할로윈> <한니발 라이징> 등은 일각에서 ‘아느니만 못한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나 <카지노 로얄>, <배트맨 비긴즈>,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은 ‘시리즈를 안고 있으면서도 참신한 이야기’라는 호평을 얻었다.

   

시리즈를 좋아하는 골수팬이라도 과거를 건드릴 때는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있어야 재미를 느낀다. 그러나 작품의 기획은 작가나 제작자의 머릿속에서만 있었을 가능성이 100%기 때문에 공유할 거리는 제로에 가깝다.

프리퀄이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으려면 반드시 이야기의 근원에도 새로움이 있어야 한다. 참신함과 완성도가 뒤따르기만 한다면 관객도 프리퀄을 온전한 하나의 시리즈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할리우드는 과거로 진화하기 바쁘다.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의 프리퀄로 <호빗>(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을 촬영 중이다. 반지의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이야기를 두 편으로 나눠 내년 12월과 2013년 12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내년 개봉을 목표로 한 <슈퍼맨>도 <맨 오브 스틸>(Man of Steel)로 태어나 역사를 다시 쓴다. 이밖에 <터미네이터5>, <맨 인 블랙3>, <아이 엠 레전드2>, <괴물>(The Thing) 등이 ‘오리지널’ 간판을 걸기 위해 욕심을 내고 있다.

반면 한국시장은 어떨까?

한국작품에 대한 프리퀄을 보자면 이렇다 할만 한 것이 없다. 프리퀄보다는 주로 리메이크와 속편에 대한 애정이 두드러진다. <미워도 다시 한 번>, <만추>, <하녀>와 같은 작품은 오랫동안 리메이크작으로 사랑을 받았다. 속편물에 있어서도 <공공의 적>, <마파도>,<가문의 위기>, <여고괴담>과 같은 시리즈가 있는데 주로 코믹과 공포물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영화계에서 ‘속편은 완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고, 그래서인지 장르의 다양성 또한 결여되어 있다. 몇 해 전에는 <타짜>, <미녀는 괴로워>, <괴물> 등이 속편으로 돌아올 것으로 알려진 바 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SF와 액션, 공포 등 전 장르에 걸쳐 속편과 프리퀄을 자유롭게 시도하는 해외 시장을 봤을 때 아직 속편 아이템에도 진땀 빼는 우리나라의 기획력은 조금 더 발전할 필요가 있다. 순대는 몽골의 징기스칸이 음식의 상태를 오래 유지하기 위한 전투식품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딤섬은 중국인들이 3,000년 전부터 중국 남부의 광둥지방에서 만들어 먹었다고 전해진다.

순대가 시래기를 넣은 현대적인 순댓국이 되고, 만두가 한 입에 먹기 좋은 딤섬이 되었다지만 ‘토종’이나 ‘원조’에서 느껴지는 향수는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 산업에 있어서도 무분별한 속편산업으로 금세 잊히고 마는 팝콘무비에 치우치기보다 뿌리가 가지고 있는 힘의 원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참신하고 완성도 높은 프리퀄에 갈증을 느껴봄직 하지 않을까. (Photo by 20C FoxKorea)

[차효진 기자 hjcha@worldy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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