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안전사회, 안전생태계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l입력2016.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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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숲에는 해충과 잡초·잡목들이 침입하지 못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건강한 숲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지고 있어서 낯선 유해 식물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주지 않는 다는 것이다.

▲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생태계 관점에서 보면 숲에 사는 나무와 새, 곤충들은 제 각각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호 긴밀히 연결되어 결과적으로 숲의 건강성을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숲은 산사태를 막아 주기도 하는데 이것은 인간에게는 덤으로 주는 선물이다.

최근에 자연생태계 뿐만 아니라 산업, 금융, 창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태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재난안전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안전생태계’라는 이야기를 몇 해 전부터 하고 있다. 안전생태계(Safety Ecosystem)를 한 마디로 말하면‘지속 가능한 안전사회’의 다른 이름이다.

재난관리에서 안전생태계 프레임의 장점은 정부와 민간부문 등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명백히 고려해서 관련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안전한 사회는 각 관련주체들의 역량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고, 각종 안전제도와 정책, 안전산업, 안전문화, 안전의식 등이 골고루 제 기능을 해주어야 한다. 이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현저히 수준이 떨어질 경우 안전사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중앙정부는 큰 틀에서 안전혁신의 방향을 잡아서 지원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지방정부는 관할 지역에 대한 안전관리의 일차적 책임을 지고, 지역 특성에 맞는 세밀한 시책을 추진한다. 그리고 기업은 건설현장과 공장에서 안전경영을 실천하고, 시민들은 가정과 직장에서 안전문화를 생활화 한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해 있던 모건스탠리의 재난대응 사례는 민간기업차원의 재해경감대처(BCP)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 당시 모건스탠리는 세계무역센터 약 50개 층에서 수 천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재난이 발생하자마자 평소 훈련한 대로 신속히 대피하여 거의 전직원들이 생존하였고, 곧바로 백업센터를 가동시켜 업무를 중단 없이 이어갈 수 있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안전생태계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 동안 우리사회가 성장위주로 운영되면서 안전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낮았고, 안전에 대한 투자는 불필요한 비용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재난안전 선진국일수록 민관협업, 국민과 함께하는 재난안전관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에 우리 정부에서도 안전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안전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청사진이라 할 수 있는 안전혁신마스터플랜을 수립하였고, 중앙과 지방의 전담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였으며, 지자체별로 안전지수를 공개하였다.

올해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안전생태계에 필요한 조건들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 낼 계획이다. 특히 국민들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안전혁신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안전사고에 따른 사망자 수도 감축해 나갈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일선 소방관서의 소방차량과 구조구급 장비도 현대화하고, 해양경찰관서의 연안 구조장비는 신형으로 대폭 보강한다. 생활밀착형 안전정책들이 추진되고, 안전교육 콘텐츠와 체험시설도 늘린다.

하나의 건강한 숲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역시 안전생태계가 만들어지는 데에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안전생태계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각자의 역할을 다한다면 우리나라도 조만간 재난안전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webmaster@worldy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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