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지, “한비야, 김연아도 내 앞에선 도화지”

차효진 기자l승인2010.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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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이란 도구를 이용하는 데 의의를 두지 않는 사람과의 미적 소통행위”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미지 씨가 말하는 메이크업의 의미이다. 메이크업이란 사전적 의미로 화장품을 바르고 매만져 곱게 꾸미는 행위이다. 그러나 김 씨에게 메이크업이란 사전적 의미를 넘어선 사람들과의 소통의 가치가 더해진다. 즉 인간의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소통의 장으로 이해된다.

국회의원, 아나운서, 연기자 등 어느 유명인의 얼굴이라도 김 씨와 마주하는 순간 단순한 도화지가 되는 특이한 그만의 시간을 엿보자면 메이크업 아티스트란 직업은 분명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사실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현재 직업과 학창시절의 전공은 상이한 편이다. 대학시절 철학을 전공했고, 졸업한 후에는 책을 워낙 좋아한 탓에 도서관 사서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전공과 무관하게 스스로가 좋아하는 분야는 항상 미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법이다.

“나는 분장하는 걸 좋아했다. 우연히 ‘분장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다음 카페를 접하게 됐고, 2년간 계속 나가면서 한 교수님의 도움으로 학원에 본격적으로 다녔다. 학원수강과 함께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무대분장 일을 병행하게 됐다.”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미스사이공> 등 5년 여간 굵직한 작품의 무대분장을 경험한 그는 “작품의 기간에 따라 열흘이면 열흘, 한 달이면 한 달 반복적인 분장을 하기 때문에 싫증나는 부분도 있지만 각양각색의 사람을 통해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이후 영화와 방송 등 무대와는 또 다른 새로운 매체의 경험을 토대로 메이크업의 폭을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작품적인 면으로 승부를 거는 장르와 달리 사실과 시의성을 토대로 이뤄지는 방송 보도국에서의 메이크업 이력은 그에게 꽤 독특하고 귀중한 체험이다.

“보도국에서 아나운서, 기상캐스터, 시사토론 프로그램 진행자, 출연 패널 등의 메이크업을 담당했다. 한비야나 김연아 등 각계각층의 유명인들을 만나기도 하고, 대선 때는 대통령 후보들도 만났다. 내가 하는 일의 특성으로 보자면 대상은 누구든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대통령이든 국무총리든 내가 기다리는 방으로 와서 메이크업을 받아야 한다. 일적으로 보자면 그들은 나에게 일종의 도화지일 뿐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메이크업을 받을 때 땀을 흘리거나 안절부절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난 내 영역이기 때문에 그들보다는 여유롭다. 가끔 ‘흑채도 뿌려드릴까요?’ 하고 한 마디 던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 고맙다고 한다.”


   

메이크업 + 그들만의 소소한 일상

방송 전, 메이크업이 끝났다고 해서 김 씨의 업무가 끝난 것은 아니다. 브라운관을 통해 방송 출연진의 메이크업상태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유분이 많은 사람, 헤어에 민감한 사람 등 각 인물이 중요시하는 요건과 특성에 따라 유심히 관찰한다.

“유분이 많은 사람은 어느 정도가 지나 번들거리는지 모니터를 보면서 확인한다. 방송이 끝난 이후 그러한 사실에 기초해 메이크업을 하면 대상은 관심을 가져 준다는 사실에 무척 고마워한다. 특히 임성훈 씨는 메이크업은 남의 손을 빌리지만 머리는 손수 만진다.

자신만의 전용 빗이 있을 정도다. 그의 특성을 알아서 빗을 미리 준비해 놓고, 그가 나처럼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기억해뒀다가 조그만 스피커를 갖다놓고 음악을 틀어드리곤 한다. 그러한 배려를 알아서인지 임성훈 씨는 나보다 선배가 있을 때도 나에게 메이크업을 받기 위해 기다리곤 하셨다.”

이처럼 김 씨가 방송가에서 많은 이들로부터 인정받고 마음을 살 수 있는 것은 투철한 직업의식과 함께 세심한 배려를 기본 마음가짐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진인 씨는 베이스기타를 연주하고, 밴드활동도 하시는 걸로 안다. 나 역시 베이스를 연주하고, 음악을 무척 좋아하는 편인데 표진인 씨가 그걸 아시고는 공연티켓을 챙겨주셨다. 한비야 씨의 경우 레이어드(layered) 컬러를 매우 좋아한다. 난 취미 삼아 귀걸이를 자주 만들곤 하는데 한비야 씨에게 옷 컬러에 맞는 귀걸이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후 만난 한비야 씨는 내가 선물한 귀걸이를 자주 이용한다며 고마워하시더라.”

메이크업이란 신체의 아름다운 부분은 돋보이도록 하고, 약점이나 추한 부분은 수정하거나 위장하는 수단으로도 풀이된다. 김 씨는 기본적으로 아름다운 사람을 아름답게 하는 메이크업보다 채우거나 보완할 수 있는 여백의 메이크업 상대를 선호하는 편이다.

“배성재 아나운서는 다른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꽤 까다로운 인물로 분류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는 서로 잘 맞는 편이었다. 그의 얼굴에서 특징을 꼽자면 꼬리가 약간 처진 눈썹을 들 수 있다. 난 그에게 8시 20분 눈썹을 가졌다며 놀리곤 했는데 그러한 처진 눈썹은 앞부분을 더 숙여주면 꼬리의 처짐이 보완된다.

메이크업 때마다 그의 피부메이크업 뿐 아니라 눈썹까지 꼼꼼히 신경 쓰는 편이었다. 이후 배성재 아나운서는 내가 출근하면 나한테 메이크업을 받고, 출근 안했다고 하면 본인이 직접 하곤 했다.”

그가 초를 다투는 방송가에서 활동했다는 점, 대통령부터 선풍기아줌마까지 다양한 사람의 메이크업을 경험한 것은 그가 현재 하는 일에도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는 현재 압구정의 칙스 라벨(CHIX LABEL)에서 일하고 있다. 패션과 메이크업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멀티숍이다. 최근 케이블채널 프로그램 ‘토크 앤 시티 4’(이승연, 우종완, 김효진 MC)를 통해 칙스 라벨의 신데렐라 프로젝트가 소개되기도 했다.

“칙스 라벨은 VIP들만이 누릴 수 있는 서비스를 모든 고객이 누리게 하자는 사업적 모토로 탄생한 멀티숍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패션과 메이크업까지 저렴하지만 최고급의 서비스를 누리게 하자는데 큰 의의가 있다.”

메이크업은 결혼이나 졸업식과 같은 특정일을 제외하고는 접할 일이 드물다. 또 메이크업을 받기 위해서는 강남 일대의 경우 최소 15~20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가격부담도 만만치 않다.

김 씨는 칙스 라벨과 같은 멀티숍의 장점은 “고객이 3만 원짜리 티든 민소매든 의류를 구매할 경우 무료로 1회에 한해 메이크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칙스 라벨의 메이크업 서비스가 고객의 소구에 부응하는 점은 김 씨의 빠른 손놀림에 있다.

“고객 1인당 메이크업 소요시간은 3,40분이면 충분하다. 방송국에서 시간을 다투고 생방송을 앞둔 대상의 메이크업은 15분 내지 20분을 넘기면 눈총을 받는다. 그러한 탓에 손이 빠르게 숙련될 수밖에 없다. 칙스 라벨을 평소 자주 찾는 고객들이 꼽는 장점은 역시나 메이크업이 빠르다는 데 있다.”

김 씨의 손이 빠르다고 해서 고객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법은 없다. 그는 항상 고객으로부터 최대의 만족감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어떤 이는 메이크업을 통해 우울증을 극복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김 씨는 메이크업을 단순한 하나의 특정영역으로 구분하기보다 칙스 라벨과 같은 멀티개념으로 발전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멀티숍에서 일하면서 나 자신도 몰랐던 사업적인 마인드를 찾아낸 것 같다.(웃음) 나중에 기회가 되면 패션과 메이크업을 접목한 시스템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메이크업은 단지 나 혼자만의 예술이 아니라 사람과 만나야만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차효진 기자  hjcha@worldy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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