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문제 진단> 임대인과 임차인의 첨예한 대립, 무엇이 문제?

⓶ 전세보증금 확보는 임차인의 권리...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차효진 기자l입력2017.04.0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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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만 해도 ‘세계적으로 희귀한 제도인 전세가 곧 사라지고 월세 시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이른바 ‘전세 종말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난해 2월23일 국정과제 세미나에서 “어차피 전세시대는 가게 되는 것이다. 전세는 옛날 추억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저금리 탓에 돈을 돌릴 곳이 없는 집주인이 굳이 ‘전세’를 고수할 이유가 없어졌고, 이는 2015년 ‘전세 대란’의 원인이 됐다. 저금리 국면이 장기화되자 전세 물량을 찾아보기 힘들어지면서 전세금은 폭등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대거 쏟아질 입주물량 탓에 자연스럽게 전세 물량이 증가했다. 집주인들은 곳곳에 전세물건이 쌓이다보니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입주민 입장에서는 집값 상승세가 꺾이는 추세라도 전세 불씨가 살아나면서 그에 따른 전세금 상승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매매가가 전세금보다 싼 ‘깡통주택’이 늘면 전세금반환 문제와 같은 분쟁의 소지 또한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부동산전문 엄정숙 변호사(법도종합법률사무소)와 함께 ‘전세금 반환 소송’ 갈등 사례와 제도적 대안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

▲ 엄정숙 변호사

◆ 전세금반환소송 편

- 최근 부동산 흐름을 보면 서울지역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줄어든 반면 전세 거래량은 지난해 1월 7천841건에서 올해 1월 9천123건으로 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전세금 미반환 에 따른 임대차보증금 관련 소송이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배경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의 임대인은 대부분 자기자본으로 전세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새로운 세입자로부터 받아서 기존 세입자에게 주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전세금이 인상되면 집주인입장에서는 더 많은 전세금을 받기 위해 시일을 끌면서 세입자를 구하게 됩니다. 그러나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는 한 임대인으로서는 지급할 능력이 되지 않고, 임차인은 이사를 갈 계획에 차질이 빚게 되니 결국 전세금분쟁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즉 전세금분쟁이 많아지는 원인으로는 건물주인이 자기자본이 없는 채로 전세금을 받아 기존 세입자에게 지급하는 구조 때문이기도 하고, 그와 더불어 전세금이 인상된 것도 한 요인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 전세금이 적절하게 반환되지 않는 사례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임대인은 자기명의 재산이 전혀 없는 배우자의 이름을 빌려 건물등기를 하고, 그 뒤 선순위 대출을 상당부분 받아 잔금을 치른 뒤 건물을 소유합니다. 그리고 나서 집값이 오를 것을 기대하고 전세금을 책정한 뒤 전세계약을 한 것입니다. 이 경우 임차인은 집값이 오를 경우에는 계약 만료 시에도 전세금 회수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여 전세계약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계약만료시점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려고 하였으나, 이때는 집값이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집값이 하락하면 집으로 담보할 수 있는 범위가 선순위근저당권의 채권을 담보하고도 보증금만큼의 충분한 여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집값이 하락하였는데 선순위근저당권은 그대로이니 이전과 같은 전세금을 지급하고 들어올 세입자는 없는 것입니다.

이때 집주인이 보증금을 주지 않는 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서 받아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집주인을 상대로 보증금을 받아야 합니다. 집주인측은 어차피 배우자 명의 재산은 없기 때문에 전셋집만 날리면 큰 손해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집주인은 ‘배째라식’으로 나옵니다.

이 경우에는 경매를 진행한다고 해도 당장 지급된 보증금의 회수는 어렵게 되는 것입니다.

주택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경매로 낙찰된다고 하더라도 1순위인 선순위근저당권자 은행의 채무를 배당하고 나면 남는 금액이 거의 없거나 보증금에 미달하기 때문입니다.

 

- 전세금 미반환 문제 배경에는 올해와 내년 쏟아지는 입주물량의 여파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소송 사례가 있나요?

얼마 전 세입자가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는데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인근에 새로 분양을 시작한 아파트의 대량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세입자는 할 수 없이 전세금반환소송까지 진행하고 판결은 받았으나, 집주인은 계속하여 세입자가 구해 질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집을 강제경매신청까지 진행하자 비로소 집이 저가의 경매로 넘어갈 것을 우려하여 보증금을 어렵게 반환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 또 하나의 전세금 미반환 배경에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지역에 전세를 끼고 적은 돈으로 집을 구입한 뒤 되팔아 시세차익을 노리는 갭 투자(gap) 때문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관련 소송 사례가 있습니까?

임차인은 대학생으로 학교 근처에서 자취방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임대인은 하나의 단독주택 건물 1채를 전세를 끼고 적은 자금으로 집을 구입하였습니다. 임대인은 단독주택 건물에 방들을 모두 나누어서 전세를 놓는 방법으로 전세가액을 방 1칸 당 4~5천만 원 가량으로 받았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전세금만 내고 살 수 있었기에 대학생 신분이었던 임차인도 전세를 얻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전세금반환을 요청했으나 임대인은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지기 전까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이 없기 때문에 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계약만료시점에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이미 다른 임차인에게도 보증금을 제때 반환하지 않았는지 임차권등기가 설정되어 있었다가 말소되기도 수차례 반복한 상황이었습니다.

임차인이 저희 사무실에 사건을 의뢰하여 임대인의 이름을 확인하니, 이미 저희 사무실에서 동일한 사안으로 피고가 된 적이 2차례나 더 있었던 것입니다. 임대인은 이 곳 말고도 여러 군데 건물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건물을 매입한 것인데, 집값이 하락하고 매매로 시세차익을 얻지 못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임차인들에게도 보증금반환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또 임대인은 세입자가 구해지면 주겠다고만 하면서 보증금미반환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였습니다. 상습적이라고도 할 만큼 임차인들의 보증금반환의무에 대해서는 나태한 태도였습니다.

 

- 세입자가 임대인과 법적 분쟁에 휘말리기에 앞서 전세금을 명확하게 확보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세입자가 들어갈 예정인 집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여야 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이에 나아가 등기부등본상 선순위권자의 근저당권채권이 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안전한 범위내의 금액인지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때 안전한 범위내의 금액인지는 부동산이 하락했을 경우 최저한도의 시세임을 감안하고 판단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계약하고 나서는 즉시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 두어야 합니다. 간혹 임차인들은 전입신고를 며칠 미루었다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대인은 이 시점을 틈타 선순위 근저당권의 금액을 늘리거나 새로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등 임차인을 후순위로 밀려나도록 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 집값 상승세는 꺾이는 분위기지만 전세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그만큼 ‘깡통전세’(매매가가 전세금보다 싼 집)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커집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우리나라에 “한국의 전세문화는 금융권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전세금 하락 시 담보성 주택이 부실화할 수 있어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떻습니까?

전세금을 지키기 위해서 월세로 전환한다는 논리에는 일면 타당성이 있어보입니다. 문제가 생겨도 적은 보증금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관점을 조금만 바꾸어 보면 이 타당성은 타격을 입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조(목적) 에서는 ‘국민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전세든 월세든 이를 이용하게 되는 세입자는 국민의 대다수인 서민입니다. 서민들의 주거생활 안정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한다고 하여 서민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논리가 성립하려면 전세를 월세로 전환했을 때 전세보다 월세가 더 저렴해야 한다는 전제를 가져야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월세 금액은 전세금액을 기반으로 책정하기 하기 때문에 서민의 주거 난은 전세나 월세나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월세로 전환할 경우에 수입이 일정치 않은 서민세입자의 경우에는 월세를 제때 납부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상당히 높습니다. 이 경우 임대인으로부터 명도소송을 당할 위험성이 많게 될 것입니다.

‘금융권의 위험요소 제거’와 ‘국민의 주거생활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 전세금반환 분쟁을 줄이기 위해 견지해야 할 자세라면...

권리에 따르는 의무를 이행할 때 분쟁은 사라집니다. 전세금반환소송에서 임대인은 전세 보증금을 반환해 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이 의무는 임대차계약서에 명시된 만기 날짜에 보증금을 반환해야 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세입자가 나갈 때 미리 보증금을 마련해 두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면 그 돈으로 나가는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전해주는 관행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관행일 뿐 법도 아니고 계약서에 명시된 약속도 아닙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기간 만료 시에는 보증금을 받아서 다른 곳으로 이주할 권리를 당연히 가지는 것입니다.

집주인은 세입자의 임대차기간 만료 시에는 세입자가 구해지는 여부와 상관없이 보증금을 돌려줄 만반의 준비를 다 하여야 합니다.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지는 여부는 집주인 측의 사정일 뿐인데, 이러한 위험부담까지 기존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것이 전세금반환소송으로 이어지는 큰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전세 보증금은 임대인의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보증금입니다.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을 돌려준다는 임대인의 잘못된 관행적 인식이 바뀌어 질 때 전세금반환 소송은 대폭 줄어들 것입니다.


차효진 기자  hjcha@worldy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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