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활’ 살기 위해 긴박하게 전진

차효진 기자l입력2011.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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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하게 구부러지는 활대, 팽팽하게 당겨지는 시위의 예리한 소리만으로도 ‘활’을 보는 매력은 크다.
박찬욱 감독의 <괴물>이나 김기덕 감독의 <활>에서 보았던 직업과 취미 용도의 활이 아니다. 영화 <최종병기 ‘활’>은 한민족 고유의 무기이면서도 ‘살다’(活)라는 의미의 축을 따라서 한없이 전진한다. 그래서 상잔이 주는 고통과 한을 무마하기 위한 긴장감이 작품에 가득하다.

이야기는 역적으로 몰린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어린 남이(박해일)와 자인(문채원)이 어느덧 성인이 된 시점부터 전개된다.

   

신궁에 가까운 활쏘기 기량을 가진 남이지만 그는 과거를 볼 수도, 무관이 될 수도 없다. 남이는 동생 자인이 혼인하는 날 꽃신 한 켤레를 놓아둔 채 멀리 떠날 채비를 한다. 그러나 병자호란이 발발하고 자인은 청나라 정예부대에 인질로 잡혀가고 만다. 남이는 유일한 혈육인 자인을 구하기 위해 10만 대군의 중심으로 들어가 활의 전쟁을 펼친다.

<최종병기 활>은 <극락도 살인사건>, <핸드폰>에 이은 김한민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고구려 벽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마사법(말을 타고 활을 쏘는 것)을 보며 동적인 활액션을 펼쳐 보이고 싶었던 감독은 제목부터 ‘최종병기’라는 부제를 붙여 ‘활’의 강한 느낌을 살렸다.

마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검 한 자루의 날을 곧추 세운 <아포칼립토>의 서사 액션처럼 최종병기의 활시위도 시종일관 단호하고 매서운 기운이 꿈틀댄다. 이것은 매회 촬영 때마다 제작진 모두가 감수해야 했던 분위기이기도 하다.

“화살 날아갑니다!” 한 마디면 배우 주위의 스태프 모두는 홍해가 갈라지듯 순식간에 비켜서는 진풍경이 연출될 만큼 4개월의 촬영기간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활은 작품의 사실감을 위해 철저한 고증과 이를 응용한 방식으로 제작했다. 가령 색을 달리한다거나 가죽을 씌웠고, 활을 사용하는 각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메시지를 새기기도 했다. 그래서 전통화살의 다양한 모양과 쓰임새는 더욱 눈여겨볼 만하다.

남이가 주로 사용하는 ‘애깃살’은 일반 화살에 비해 1/3 크기에 불과하지만 관통력과 사거리가 뛰어나서 조선의 병기로 불렸던 무기이다.

   

쥬신타가 주로 사용하는 육량시는 둥근 부채꼴 모양의 화살촉을 가진다. 일반 화살촉 무게의 24배에 달하기 때문에 단거리에 유리하고, 적의 방패를 부수는 용도로 쓰였을 만큼 육중한 힘이 특징이다.

남이는 화살이 휘어 날아가는 ‘곡사’를 선보인다. 적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고도 수적 열세에 몰린 상황에서 공격할 수 있는 기술이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상하 곡사는 가능하지만 좌우 곡사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사 기술 설정은 조선 최고의 신궁 ‘남이’ 캐릭터를 만드는데 있어서 매우 기막힌 각인제로 작용한다.

고증을 중시했던 것은 의상과 미술도 마찬가지다.

조선과 청나라 군사들의 의상은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드라마나 영화 등을 참고해 디자인했다. 청나라 고유의 느낌을 위해 중국 소쩌우에서 특별 제작해 공수하기도 했다. 미술팀이 가장 공들인 장소, 도르곤의 막사는 청나라의 현신이라 할 수 있는 몽고족의 천막을 그대로 본 떠 만들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현재는 거의 사어(死語)가 된 만주어의 등장이다. 인물로 보자면 만주어는 청의 명장 쥬신타(류승룡)에게 있어 가장 훌륭한 감투다. 류승룡은 대사 전체를 만주어로 함으로써 용맹스럽고 패기 넘치는 전사 쥬신타로 재탄생했다.

   

류승룡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의 박사님들께 만주어와 관련한 자문을 구하고 고증을 통해 대사를 만들었다. 만주어를 배우면서 힘들었지만 매우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문채원은 “처음 보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부담이 있었는데 막상 만주어를 해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어렵지는 않았다”며 “오히려 몸을 쓰는 액션이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문채원이 맡은 자인은 고운 자태와 단아함만으로도 빛나는 존재다. 그러나 오빠 남이나 남편인 서군(김무열)이 갖는 책임감 이상의 동적 요소로는 존재감이 약하다. 그것은 마치 활을 당길 수밖에 없는 사내들의 이야기에 오브제로 쓰인 듯 하지만 결론적으로 맥거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최종병기 활> 시위는 10일부터 전국 극장에서 팽팽하게 당겨진 상태다.


차효진 기자  hjcha@worldy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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