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부 종편으로 인한 지각변동

차효진 기자l입력2011.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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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총파업과 미디어렙(Media Rep)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로 인한 진통이 정치와 방송, 연예계 전반에서 불거지고 있다. 전국의 1만 5천 여 언론인은 지난 23일 펜을 내려놓고 윤전기까지 멈추며 ‘공영방송 정상화’와 ‘조중동 방송광고 직거래 저지’를 촉구하기 위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언론노조는 31일 야5당 대표와 함께 ‘대국민약속문’을 발표하면서 “미디어렙법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한나라당의 미적지근한 반응으로 볼 때 한 쪽은 열심히 떠들지만 다른 한 쪽은 무심히 흘리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연예계도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고가의 개런티를 약속 받은 몇몇 배우는 이미 종편 프로그램에 참여의사를 밝혔다. 지상파의 인기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하는 메인 스태프들도 종편행에 속속 몸을 싣고 있다. 이러한 지각변동 속에서 메인 인력을 지키기 위한 지상파의 노고는 연말까지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총파업과 종합편성채널이란?

종편채널은 PP((Program Provider), 즉 프로그램 공급사업자의 개념에서 출발한다. 보도, 교양, 오락, 드라마, 스포츠 등 모든 장르를 편성하고 제작해 위성방송, 케이블TV와 같은 유료방송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상파방송과 유사하다.

2000년에 규정된 통합방송법에 의하면 종편채널은 주파수의 희소성 문제를 해결하고, 여론의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었다. 이에 지상파방송에 준하는 종합편성을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2009년 7월, 신문과 방송의 겸업을 금지하던 당시의 방송법을 한나라당이 대리투표와 재투표 등 날치기로 개정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현 정권은 2010년 12월 31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의 4개 대형 신문사에 종편채널을 허가했다. 이는 전 국민의 85%가 가입된 유료방송에 기존 4개의 지상파 방송뿐만 아니라 종편을 포함한 4개 채널이 의무적으로 프로그램을 송신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종편채널의 급작스런 선정은 언론노조의 총파업과 인력전쟁을 이미 예고한 바나 다름없다. 언론노조는 재벌 신문사에 의해 언론시장 질서가 무너지고 황폐해질 것을 우려한다. 따라서 미디어렙법의 입법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미디어렙(Media Rep, 방송광고판매대행사)은 방송사의 광고 시간대를 위탁받아 기업에 방송광고를 판매하고 방송사로부터는 판매수수료를 받는 대행사이다. 대표적인 기관으로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를 들 수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는 지상파방송의 모든 광고를 의무 위탁하기 위해 설립했다.

1980년부터 지난 30년 간 적정 수준의 방송광고료를 유지하면서 기업에 제품원가의 상승부담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광고비가 특정한 곳에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여 경쟁매체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도 기여해왔다.

엄경철 KBS새노조 위원장은 지난 총파업 기간 중 “종편이 직거래를 통한 약탈적 광고 영업을 시작하면 지상파 방송의 언론인들도 광고영업 전선으로 떠밀려 결국 저널리즘이 훼손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하지만 언론노조가 총파업을 하면서까지 강경한 입장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기업과 방송사의 광고 직거래를 방지하는 미디어렙법 제정에 소극적이다. 민주당이 8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렙법을 처리하기 위한 보이콧을 벌이기도 했으나 한나라당의 비협조적인 입장은 변함이 없다.

종편이 광고 직거래를 고집하는 데는 기업의 한해 광고비가 거의 평균적으로 고정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광고시장에서 종편채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타 매체의 광고를 빼앗는 것밖에는 길이 없다. 막대한 자본을 가진 종편채널 입장에서는 이를 위해 광고주인 기업과 뒤에서 직거래를 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고 간편한 방법임이 틀림없다.

아울러 광고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광고를 기사화하는 영업방식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학원과 대학, 병원, 의약품 등 교육과 의료분야의 간접광고가 많아지면서 기사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

직・간접적 광고영업은 시청률 부분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지상파에게도 규제의 벽을 스스로 무너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 중소 매체와 지방 언론은 대형 매체의 과열 양상을 보기만 하다가 어느새 자사의 존폐를 논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미디어렙법 입법은 한나라당과 종편채널의 침묵이 깨지지 않는 한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종편이 국회의 ‘뜸들이기’를 기회로 삼아 기업과 광고 직거래를 시도한다면 광고시장이 혼탁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미디어렙은 종편채널이 아닌 국민의 알 권리를 우선으로 하고, 언론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중심에 둔 채 논의할 사항이다. 국회가 미디어렙의 법안 논의를 성사하고 방법을 어떻게 모색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미디어 생태계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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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효진 기자  hjcha@worldy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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