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키우는 작은 도서관 관장 황수경

김재희 기자l입력2011.09.20 00:00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파주 출판단지 안에 위치한 작은 도서관. 입구에서 작고 귀여운 신발들이 눈에 들어온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서면 작고 아늑한 실내에 어린이를 배려한 낮은 키 높이의 책꽂이와 책들이 반겨준다.

군데군데 놓여있는 의자들에는 아이들이 편하게 앉거나 누워 책을 보고있다. 주변에 해이리 마을이 있어 200여 가구의 주민이 살고 있기는 하나 대부분 출판사와 몇몇 상가들이 있는 이곳에서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황수경 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준비없이 시작된 엄마역할이지만 준비된 학부모가 되고 싶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지만 준비 없이 엄마가 된 것에 대해 미안했고 힘들었다. 거의 10년을 집에 있다보니 동사무소에 주민등록을 떼러 가는 것조차 힘들었고, 모든 일에 자신감이 없고 성장해 있는 남편을 보며 자신은 너무 작게만 여겨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어린이 책 판매원이 됐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첫 도전이었고 6개월만에 승진하게 되면서 내근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아이를 위해 집에 있기를 바라는 남편의 의견을 따라 그 일도 그만두었다. 그러면서 생각하게 된 것이 준비 없이 엄마가 되었지만 준비된 학부모가 되고 싶었다.

아들이 드세고 개구쟁여서 인지 주변에서 봉투를 들고 선생님을 찾아가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남편에게 고민을 얘기했더니 참교육학부모회(이상 참학)를 소개해주었다. 참학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았고 고양지부 창립하고 지부장을 하면서 마음먹은 사람들이랑 신나게 활동을 했다.

학부모로서 열심히 활동을 했지만 내 아이만 잘 키워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 구성원이 되어 모두가 섞여 살아가려면 모든 아이가 다 잘 돼야 한다. 그때부터 소명의식을 가지고 고교 평준화와 지역의 교육문제를 위해 열심히 뛰었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는 반면 더딘 교육의 변화를 보는 사이 아이들은 더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많은 아이들이 와서 쉬고 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참학’ 소모임 속에서 동화책을 읽고 어떤 글쓰기가 참된 것인가를 배우며 어린이들에게 책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았다. 처음에 어린이 전문서점을 운영하다 도서관으로 바꾸었다. 도서관을 시작한지 10년째. 책을 팔아야한다는 부담 없이 아이들에게 책을 가까이하게 도와주는 것이 좋았다.

처음에 도서관을 운영하기 위해 집에 있는 책 3000여권을 가지고 나왔다. 자신이 보던 책을 기증한 것에 대해 아들은 서운해 했다.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을 모이게 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문화공연을 하고 개천, 산, 논이 있는 주변 환경을 이용해 숲교실을 열었다. 극단을 초청하여 공연을 하기도 하고 목공사를 불러 아이들과 썰매도 직접 만들어 타기도 했다.

도서관은 많은 아이들이 와서 쉬고 가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엄마 손에 이끌려 와서 언니들 만나 놀다가기도 한다. 엄마들은 도서관에 와서 책 읽지 않는다고 조바심내면, 황수경 관장은 길게 보라고 조언을 한다. 아이들은 도서관에 올 때마다 책을 읽지는 않아도 자주 오다보면 읽게 된다. 지금도 도서관에서 애들이 마냥 조용하기만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앞으로의 소원은 도서관이 좀 더 안정된 자리를 찾고 이곳을 다녔던 아이들이 엄마가 되어서 다시 자녀들을 데리고 오는 것이다. 그 중에 한 사람이 이 도서관을 다시 이어받아 운영해나가면 좋겠다.

엄마와 아이들이 이끌어 가는 도서관 ‘꿈꾸는 교실’

도서관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도 좋지만 엄마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도 큰 기쁨이다. 아이와 같이 와서 책을 보다보면 아이 책에 관심이 가고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 감추어졌던 재능을 발견하기도 하고 도서관 활동가로 열심히 하기도 한다.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처음 도서관을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 일이다. 한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오곤 했는데 늘 엄마가 사라지고 울고 있는 아이만 있었다. 아이를 안고 “엄마 어디갔니?” 라고 물으면 화장실 갔다고 했다. 오자마자 아이를 울리면서 꼬박꼬박 화장실을 찾는 것이 특이하게 생각되었다.

하루는 너무 우는 아이를 달래다 못해 화장실에 가보았다. 엄마는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었다. 매일 도서관에 오면 먼저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었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봉사해온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최초의 자원봉사자인 셈이다. 10주년을 맞아 기념일에 찾아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처음에 자기가 보던 책을 다 가지고 간다고 서운해 하던 아들도 지금은 엄마를 자랑스러워한다. 숨겨진 자신의 재능을 찾기라도 한 듯 남편도 뿌듯해한다. 자신의 일에 적극 지지해주고 서로 의논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출판사에 근무하는 남편 출장길에 함께 외국을 나가면 가는 곳이 똑같다. 헌책방을 찾아 하루 종일 책보며 행복해한다.

출근길이 행복하고 즐겁다. 오늘은 어떤 엄마, 어떤 아이들이 올까, 기대되기도 하고 오늘은 누가 오겠네? 생각하기도 하고 사람들 만나는 것이 기쁘다.

처음 출판단지로 올 때 임대료가 저렴한 이유로 선택을 하게 되었지만 몇 안 되는 헤르만 하우스의 주민들이 반겨주고 바자회를 열어 기부도 해주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방문을 하는 40평의 조그만 도서관이지만 이곳에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파주시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되어 받은 지원금은 책을 더 구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2009년에는 ‘학교, 겁내지 말자’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지금까지 활동한 것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뿌듯하고 감사했다. 하루 평균 50명 정도 드나드는 도서관이지만 엄마와 아이들이 직접 도서관과 문화교실을 이끌어가는 주역들이다.




김재희 기자  jhkim@worldyan.com
<저작권자 © 월드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회사소개국제청소년연구원기사제보 광고안내독자투고구독신청불편신고제휴안내저작권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Worldyan Media Group Corporation, Korea. All materials contained may not be used without the prior permission of Worldyan Media Group Corporation.
Copyright Worldyan Media Group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Email: webmaster@worldyan.com for more information.
등록번호: 서울, 아0417, 등록일: 2007년 12월 13일, 발행·편집인 : 이치수 ㈜월드얀미디어그룹,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화순
주소 :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12, 한신빌딩 1105호, 대표전화: 02-707-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