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펜-브래드 피트, <트리 오브 라이프>서 생명의 인연

차효진 기자l입력2011.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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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매력으로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은 배우 숀 펜과 브래드 피트가 한 작품에서 만났다. <트리 오브 라이프>(The Tree Of Life)에서 두 사람은 보수적이고 엄격한 아버지 오브라이언(브래드 피트)과 건축가로 성공했지만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잭(숀 펜) 역할을 맡아 명연기를 펼친다.

패셔니스타로 알려진 브래드 피트가 헐렁한 배바지를 입은 채 권위적인 아저씨로 변신했다는 점과 숀 펜 역시 우직한 중년으로 우수어린 이미지를 물씬 풍긴다는 점에서 색다른 볼거리다. <트리 오브 라이프>가 주목되는 것은 2011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는 점이다.

   

테렌스 맬릭 감독의 6년 만의 신작이라는 점과 함께 황금종려상의 타이틀을 거머쥠으로써 작품은 전 세계 팬들의 기대치를 한층 높였다.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인 로버트 드니로는 “이야기의 규모나 중요도, 의도적인 면에 있어서도 테렌스 맬릭은 최고의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경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천국의 나날들>, <뉴 월드>, <썬 레드 라인> 등 깊이 있는 철학적 경험을 제공한 전작들의 연장선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시도로 보인다.

영상은 서정적이고 화려하지만 대사는 매우 절제되어 간결하다. 특히 이야기 사이에 15분가량 펼쳐지는 ‘생명의 역사’ 이미지는 시공간의 진화를 한 폭의 그림처럼 다채롭게 형상화해 감독이 그간 추구해 온 철학적 사유를 진하게 드러낸다.

   

아버지, 그 시절 당신이 미웠지만...

이야기의 서막은 ‘내가 땅에 기초를 놓을 때 너는 어디 있었느냐. 그 때에 새벽 별들이 함께 노래하며 하느님의 아들들이 다 기쁘게 소리하였느니라(욥기 38장 4절, 7절)’ 라는 성서의 한 구절로 연다.

흔들리는 화면과 속삭이는 대사, 빛과 어둠의 조합으로 인해 이야기가 불안함과 절망의 느낌부터 전달하고 있는 것은 오브라이언 부부가 19살 된 둘째 아들의 부고를 받는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오열이나 탄성 없이 영상의 편집만으로 가족의 아픔과 비극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은 ‘영상계의 시인’이라는 칭호답게 감독의 저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오브라이언 가족의 비극사를 알린 이후 15분 동안 계속되는 ‘생명의 역사’는 우주와 지구를 아우르는 기이한 현상의 이미지들이다. 보는 이에 따라 다소 길고 지루할 수도 있지만 우주의 빅뱅, 종의 분열, 미생물의 역사, 선사시대 정글, 화산의 폭발, 공룡의 탄생 등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시공간적인 기록을 감정적인 영상으로 엮어내어 작품의 백미를 드러낸다.

‘생명의 역사’는 ‘잭’이 아버지와의 갈등 과정에서 겪은 아픔과 이해, 사랑 그리고 이별의 과정을 거대한 우주의 리듬을 통해 이해시키려는 감독의 의도적인 연출이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의 복선을 내포한 추상적인 이미지들은 이후에 전개되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통해 점차 그 의미가 뚜렷해진다.

오랜만에 아버지와 통화를 한 잭은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미국 텍사스를 배경으로 오브라이언과 아내(제시카 차스테인), 세 아들은 단란한 삶을 살고 있다. 너그러운 엄마와는 달리 권위적이기만 한 아버지 오브라이언 때문에 잭은 마음속에 미움과 분노를 품고 살지만 이러한 필연적인 오해와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이해와 사랑으로 바뀐다.

‘생명의 나무’라는 제목처럼 감독은 오브라이언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주제에 가깝게 접근한다. 그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존재들을 열거하면서 동시에 19살 때 죽은 잭의 동생까지도 인연의 범주 안에 집어넣는다. 이는 결코 인연의 단절이 아닌 새로운 인연에 대한 배경임을 깨닫도록 한다. 즉 세상을 살면서 여러 관계로 얽인 사람들을 통해 생명으로 맺어진 인연의 소중함을 기억하게 한다.

2시간이 넘는 동안 웅장한 교향곡과 자연음 사이를 오가는 다양한 사운드는 이야기의 전개와 주제를 힘 있게 떠받치는 요소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지난 27일 개봉했다.




차효진 기자  hjcha@worldy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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