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명동거리, 하라주쿠

문화부 차장대우 이영주l입력2011.11.24 00:00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짱구의 고장 카스카베에서 도쿄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토부선 전차가 어느 역에서 정차하자 검은색 교복을 입은 남자 중학생들이 우르르 탑승했다. 일요일인데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니 학교에서 행사가 있는 모양이었다. 일본 중학생들의 교복을 집접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남학생들이 매우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주변 승객들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학생들은 같은 역에서 모두 내렸다. 얼마쯤 지났을까. 이번엔 내 맞은편에 앉은 아주머니 무리가 목청 높여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마치 같은 칸 전차 안에 자신들 밖에 없다는 태도였다.

   

일본인들의 깍듯한 예절을 언급하는 글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일본인들은 공공장소에서 철저히 예절을 지킨다든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배게끔 엄격히 가정교육을 받는다든가하는 내용이 그것이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일본에 와보니 그렇지도 않은 듯 했다. 특히 활기 넘치는 10대 학생들이나 아주머니들은 주변에 누가 있든 신경 쓰지 않고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그것은 사실 한국이나 일본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카스카베 다음 일정은 하라주쿠였다. 소지하고 있던 돈이 다 떨어진데다 조금은 휴식을 취하고 싶어 호텔로 일단 돌아왔다. 호텔에 돌아와 30분 정도 쉬면서 돈을 챙기고, 하라주쿠까지 가는 지하철 노선을 확인했다. 하라주쿠는 쉽게 말해 일본의 명동거리라고 보면 된다.

사실 난 하라주쿠에는 가지 않으려고 했다. 특별히 패션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도 명동엔 딱 한 번 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가본 적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사람이 많은 장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하라주쿠에 가기로 마음 먹은 것은 단 한가지 이유 때문이다. 바로 일본식 크레페. 일본하면 도쿄. 도쿄 하면 하라주쿠. 하라주쿠하면 크레페! 나는 3년 전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어느 블로그에서 처음으로 일본식 크레페를 사진으로 보았다.

일본의 크레페는 얇고 말랑말랑한 전병을 동그랗게 펼쳐놓고, 그 위에 생크림과 과일, 아이스크림을 얹은 후 콘 모양으로 말아서 먹는 군것질 거리이다. 그 안에 들어가는 과일과 생크림 등 재료의 종류도 다양하다. 사진으로 본 그 일본식 크레페가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그걸 먹기 위해서라도 일본에 꼭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사실 나는 일본에 가기 전에도 대구 동성로에서 일본식 크레페를 먹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진짜’ 전주비빔밥을 찾아 전라도 전주를 찾아가는 외국인의 마음으로, 나도 일본식 크레페를 먹기 위해 하라주쿠를 찾았다. 내 계획은 간단했다. 크레페를 사서 들고 먹으면서 명동, 아니 하라주쿠를 천천히 걸어서 구경하는 것.

하라주쿠는 지하철을 이용해 쉽게 갈 수 있다. 내가 하라주쿠에 도착했을 때는 날이 저물고 있었다. 일요일 밤이었지만 지하철에서부터 하라주쿠로 가는 인파가 매우 많았다. 거리에는 발디딜틈이 없을 정도였다. 굳이 지하철역에서 내려 하라주쿠로 가는 길을 물을 필요도 없었다. 사람들의 대열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함께 걸어갔더니 바로 하라주쿠에 도착했다.

하라주쿠 거리에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 크레페 가게를 발견했다. 진짜 하라주쿠의 크레페다! 물론 그것이 하라주쿠에 하나 뿐인 크레페 가게는 아니겠지만, 내 눈에 가장 먼저 띈 크레페인만큼 거기에서 사먹기로 했다. 내가 먹은 것은 블루베리와 딸기가 든 생크림 아이스크림 크레페. 번호표를 받아들고 조금 기다렸더니 마침내 크레페가 완성되었다.

   

아이스크림 한스쿱이 동그랗게 위에 얹어져 있어 언뜻 보면 평범한 콘 아이스크림으로 보였다. 원래 그런 것인지 아이스크림에 숟가락이 꽂혀 나왔다. 크레페를 먹으면서 걷는 사람은 나뿐이 아니었다. 어느 크레페 가게에서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는데, 그 옆의 쓰레기통에는 크레페 종이가 차곡차곡 접혀 1.5미터~2미터 가까이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라주쿠 거리에는 내가 가보았던 어느 곳보다도 외국인이 많았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들은 모두 하라주쿠에 오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라주쿠 거리의 대부분은 브랜드 의상과 속옷, 신발 등을 파는 가게였는데, 백엔샵인 다이소와 유명 연예인들의 브로마이드와 사진을 파는 가게도 있었다. 특히 연예인들의 사진을 파는 가게에는 한류 연예인들의 사진도 함께 걸려 있었다.

   

하라주쿠의 거리를 모두 돌아보았을 즈음엔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지만, 그곳의 활기 넘치는 분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인 듯 보였다.

하라주쿠 다음의 일정은 오에도 온천 모노가타리. 둘째 날의 마지막 일정이다. 나는 하라주쿠에서 바로 지하철을 타고 오에도 온천으로 향했다. 오에도 온천은 쉽게 말하면 온천 테마파크로, 에도시대의 분위기를 재현해놓은 점이 특징이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일본 만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노천 온천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과, 목욕 후 입는 일본의 전통 의상 중 하나인 유카타를 입어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내부로 들어가기 전에 유카타를 선택할 수 있는데, 남자가 선택할 수 있는 유카타와 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유카타가 다르다. 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유카타의 수가 더 많다. 직원으로부터 유카타를 받고 난 후 허리에 묶는 끈은 테이블 위에서 스스로 집어가야 한다.

색이 여러 종류가 있으므로 자신이 선택한 유카타와 잘 맞는 것으로 골라 가면 된다. 처음 유카타를 입어보는 사람은 혼자 유카타를 입는 것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데, 유카타를 입는 법이 탈의실 벽에 붙어있으므로 잘 보고 따라하면 된다. 유카타를 입고 안으로 들어가면 에도시대 풍으로 꾸며진 넓은 휴게공간이 나타난다.

   

식사를 할 수 있는 여러 음식점 중에는 라면과 초밥, 오꼬노미야끼 등의 일식 외에도, 인기 만점인 비빔밥, 불고기 등을 파는 한국음식도 있었다. 그 외에도 기념품을 파는 가게, 물속에서 인형 건져 올리기 등 다양한 게임을 해볼 수 있는 가게, 맛있는 우유빙수 가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단상과 테이블 등이 마련되어 있었다.

온천을 즐기고 나서 유리카모메선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 도쿄의 야경을 보니 마음이 이상했다. 2박3일 짧은 일정 중 반 이상이 훌쩍 지나갔다. 내일은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고, 다시 평소의 일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새삼스럽게 난 나의 그 일상을 행복하게 여기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불어 2박 3일의 짧은 여행, 안 오느니보다 낫지만 그래도 너무 짧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아쉽기 시작했다.


문화부 차장대우 이영주  yjlee@worldyan.com
<저작권자 © 월드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회사소개국제청소년연구원기사제보 광고안내독자투고구독신청불편신고제휴안내저작권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Worldyan Media Group Corporation, Korea. All materials contained may not be used without the prior permission of Worldyan Media Group Corporation.
Copyright Worldyan Media Group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Email: webmaster@worldyan.com for more information.
등록번호: 서울, 아0417, 등록일: 2007년 12월 13일, 발행·편집인 : 이치수 ㈜월드얀미디어그룹,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화순
주소 :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12, 한신빌딩 1105호, 대표전화: 02-707-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