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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효율적인 문제학생 대응 매뉴얼
2010년 11월 22일 (월) 이신영 기자 gabriel@worldyan.com

서울시 교육청은 이번 달부터 시행 되는 문제학생 대응 매뉴얼을 발급했다. 이 매뉴얼은 체벌이 금지됨에 따라 말썽 부리는 학생들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이 매뉴얼은 교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18가지로 분류 했으며 학습태도 불량, 불손한 언행, 용의복장 불량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각 분류는 자주 일어나는 상황들 4~5가지를 예시로 보여주고 있다. 이 매뉴얼은 각 행동에 대한 접근 방법으로 3단계를 제시하고 있으며 각 단계에 올라 갈수록 강해진다. 예를 들어, 흡연이나 음주 한 것으로 추정되는 학생이 있다면 교사들은 먼저 학생들에게 흡연 및 음주의 위험성에 대해 알리도록 되어 있다.

또한 음주/흡연 측정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지도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벌점을 부여하거나 강제 봉사활동을 시킬 수 있다. 아니면 성찰 교실에 참여하도록 하거나 흡연과 음주에 폐해에 대한 발표를 시킬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교사들은 이 매뉴얼이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다. 우선 매뉴얼 그 자체는 학생들의 불량 행동들이 어떤 기준에 의해 규정 될 수 있다는 전제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수십 년 교단생활을 해온 교사들은 불량 행동이 제각기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14년째 교사생활을 하고 있는 조희정(가명) 선생님은 “이 매뉴얼은 몇 가지 예를 보여주는데 모든 문제 행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시교육청은 매뉴얼을 하나의 ‘가이드라인’일 뿐 각 학교가 이를 참고로 더 효과적 지도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문제는 매뉴얼이 제시하고 있는 “가이드라인”은 어디까지나 성의 없는 경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각 분류 별로 어순이 약간 다를 뿐 최초 그릇된 행동을 보인 학생들에게는 경고가 주어진다. 하지만 매뉴얼에서 말하는 경고는 학생들에 대한 ‘안내’로 흡연은 나쁜 것이다, 준비물은 꼭 준비해야 한다,

지각은 안 좋은 습관이다 등에 불과하다. 조 선생님은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매뉴얼에 제시하는 최고의 징계는 벌점 부여 혹은 봉사활동이다.

습관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에게 이런 가이드라인은 진지하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극심한 체벌을 받아 오던 학생들이다. 시교육청에 제시하는 매뉴얼은 이들에게 훈계 같지 않은 훈계가 되어버린 셈이다. 조 선생님은 “이 매뉴얼을 누가 썼는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학생들도 교사들도 너무 우습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체벌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은 우리나라 학교들이 이제 보다 선진화된 교육환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훈육도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 학교들은 아직까지 체벌 없는 훈육에 대해 익숙지 않다. 해외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훈육 방법은 방과 후 문제 학생을 남겨서 소위 ‘깜지’ 혹은 특별 숙제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주일 연속으로 따로 남아서 이렇게 훈육 받는 학생들은 대개 모범 학생이 된다고 한다.

아무리 불량 학생이라 하더라도 결국 권위, 이성, 그리고 공정하면서 엄한 교사 앞에 약하다. 학생들은 봉사활동으로 재활이 필요한 감옥 죄수들도 아니며 일일이 ‘안내’해줘야 할 아이들도 아니다.

그들이 필요한 것은 지도와 훈계, 그리고 약간의 도움이다. 시교육청은 크게 도움도 안 되는 매뉴얼 만드는 것 보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확고함과 존중으로 대할 수 있도록 교육 시키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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